-산음 자연 휴양림계곡-
예상 했던 대로 홍천강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따뜻함이 지나쳐 찝찝하기 까지 한 수온과 이끼 , 강가에 널린 물놀이의 흔적, 그늘 하나 없는 강렬한 태양 땜에 집에서 왜 나왔나 하는 약간의 실망감까지 안겨주었지만 그래도 너무 기뻐 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고기 잡는 시늉도 하고 준비해 간 그늘막에서 쉬기도 하면서 강가에서의 오후를 보냈다.
이튿날은 홍천강 대신 산음계곡을 다녀왔다. 사장님의 친절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길치인 우리는 결국 비포장 도로인 산 하나를 1500CC 똥차로 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산음계곡은 정말 우리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계곡 이라 하면 의례 폭이 좁고 물이 얕고 찬 줄만 알았는데 산음계곡은 (정확히 소리산 계곡인가?) 폭도 제법 넓고 물 깊이 가 얕은 데에서 깊은 곳 까지 있어 깊은 곳은 어른 허리까지도 온다. 그리고 올해의 폭염 때문인지 계곡물이 차지 않아 아이가 하루 종일 물속에 있어도 춥다고 하질 않는다.
준비성 없는 우리는 역시 아무런 먹거리도 준비 하지 않았기에 어느 계곡이나 그렇듯 물 제일 좋은 곳에 위치한 음식점 평상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는 물에서 텀벙거리다 평상에서 자다가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준비성 있는 집은 음식을 바리바리 싸와서 평상 값만 내고는 하루 종일 뭘 해먹는데 식구 많은 집은 그게 더 알뜰하겠지 싶었다. 옆자리에 온 가족이 여길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시며 당신들은 몇 년째 인천에서 여기로 피서를 온다고 한다. 아직 덜 알려져서 한갓 지고 물도 깨끗하다고 하시며 젊은 사람들이 대단 하다고 칭찬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사장님 감솨 !)
석간수 약수터는 정말 유명한 데 인지 사람들마다 빈 통을 몇 개씩 들고 서있는데 아직 철없는 우린 그냥 한 모금 마시고 말았다. 아마 엄마나 시어머니랑 왔었다면 그분들 좋아라 몇 통씩 받으셨을 텐데. 어른들 모시고 오는 가족 있으면 이곳에 올 때 약수 담을 통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해가 지려는 늦은 오후 곰펜션으로 돌아오는 한가한 농촌 풍경과 굽이 굽이 홍천 강변은 또 왜 그리 예쁜지… 난 도시에서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흔히 보이는 그 풍경에도 이리 가슴 벅차고 마음이 편해 지는걸보니…
집으로 돌아온지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다 .
예약이나 비용 등에서 처음 느껴졌던 곰펜션의 까다로움이 막상 지나고 보니 정성과 자부심의 표시 였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사장님 내외의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관심과 배려가 오히려 머무르는 이들을 더욱 편하게 해주고 때묻지 않은 주인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해줌을 말이다.
사장님 잘 쉬고 갑니다. 그리고 담에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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