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외국의 해변가 그것도 뙤약볕아래 폼 잡고 누워 있어야 그것이 휴가인 줄로 알고 살았던 나에게 올 해 우연히 본 점장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릴 했다. 올해 운세가 안 좋으니 목숨 부지하려면 멀리 가지 말라고… 정말 안 좋은 일들 많이 생기는 거 같아서 휴가도 포기하고 십 년만의 무더위에 헉헉 거리던 내게 친구와의 우연한 통화가 한줄기 단비 같은 곰펜션 에서의 좋은 추억을 만들게 해주었다.
친구의 전화 소개 후 바로 홈피에 들어와 보니 불경기라는데 곰펜션엔 8월15일까지 이미 예약이 다 끝났단다. 사모님과 전화로 겨우 8월 8일- 9일 이틀간 푸우룸을 예약 하는데.. 어라 좀 까다롭네. 입금도 미리 해야 되고 입실 퇴실 시간도 있고 여덟 살 딸까지 세 식구라니까 정원초과라 1만원의 추가 요금 까지…요샌 유명 콘도도 안 그러는데… 좀 서운한 맘이 들었지만 바비큐 숯을 서비스 해준다는 사모님의 말에 또 홀딱 넘어가서 헤헤거리고 말았다. 그리곤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은 뭘까? 펜션이 첨도 아니고 근처 대명 비발디는 수없이 가봤고 또한 친구가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 여러 번 가서 바베큐 파티도 해보았는데 말이다.
드디어 출발일 이다. 휴가철 일요일 출발이라 미사리의 교통지옥이 상상되는 나와 남편은 열심히 잔머리를 굴린 끝에 하남IC-팔당대교-양평 코스로 결정했고 800원의 고속도로 요금을 내긴 했지만 우리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서 1시간여 만에 곰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음 홈피 사진이랑 같군.. 근데 좀 더 대규모일줄 알았는데..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그림같이 예쁜 집과 입구에 서있는 커다란 곰 인형을 보자마자 탄성을 지르며 입구에 걸린 그네를 타고 해먹에 벌렁 누워 즐기는 딸아이를 보고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전혀 장사하실 것 같지 않게 보이는 사장님의 안내로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갔고 (생각보다 조금 좁은 느낌이 들었지만) 새집이 주는 청결함과 예쁜 벽 색깔 , 간단 하지만 깔끔한 가구, 예쁜 식기, 꼭 필요한 취사 도구들
하나 하나가 마치 펜션을 만든 이 들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알아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집 구조도 좀 특이해서 1층에 작은 로비가 있고 로비에선 지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늘이 보인다. (무슨 소리냐고? 가서 보시라ㅎㅎ) 혹시 기대보다 좁은 방 땜에 서운하다면 본채 옆의 돔형의 높은 천정이 있는 아늑하고 예쁜 까페에 앉아 맛있는 차와 커피를 맘껏 마시며 서운함을 달래 시길 권한다. 그곳의 가구는 사장님이 아는 분을 통해서 저렴하게 구입 하신 거라고 하지만 소파, 의자 들은 디자인 잡지에 늘 소개되는 유명 작품의 카피들이다.(어머 혹 카피가 아닌가?) 펜션의 인테리어를 사모님께서 직접 하셨다는데 그 뛰어난 센스에 놀라 울 뿐이다. 그리고 까페엔 요새 유행하는 보드 게임도구들이 비치 되어있다.가족간 실내 놀이는 고스톱밖에 모르는 나도 이곳에서는 마치 딴 사람처럼 우아하게 폼 잡고 보드게임을 했다.(에궁 근데 방법을 알아야지 즐길 텐데.. 딸 내미가 가르켜 달라고 조르는데 영어로 된 매뉴얼은 읽어도 뭔 소린지… 담엔 미리 배워 갈라고 한다. 아님 한가할 때 가면 사장님이 가르쳐 주실려나? ㅎㅎㅎ) 암튼 펜션과 조화를 이룬 예쁜 조명기구들 , 테이블보 한 장에 까지 보이는 깨끗함과 미적 감각.. 또한 조경 회사 견적이 너무 비싸 식구들이 직접 꾸몄다는 정원은 식구들의 정성과 홍천의 햇빛을 거름으로 가꾼 지 반년밖에 안되었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로 아름답다.
또한 바비큐는 어떠한가? 펜션 여행의 백미는 바로 먹거리 그것도 우리에게는 바베큐가 아닌가 싶다. 가족당 하나의 테이블에 예쁜 식탁보까지 세팅해 주시고 역시 깨끗한 바비큐화덕에 다가 사장님께서 직접 숯도 피워주신다. 게다가 고기는 왜 이렇게 맛 나는지.. 축협고기라는데 아무래도 무슨 양념 비법이 있나 보다. 결국 이틀 내내 물리지도 않고 바베큐를 먹게 됬다. 살림이 젬병인 나는 아무 준비도 안 해와서 흰 밥에 상치 이게 다였는데 옆 테이블을 슬쩍 엿보니 단 호박에 감자 고구마 ,꼬치까지 준비해 와서 바베큐한다. 바베큐 숯에 묻혀 구운 고구마를 먹는 그들의 모습에 어느새 침을 질질 흘리는 딸과 나.. 숫기가 없어 하나 달라고도 못해보고 그저 담엔 나도 제대로 준비해서 올 거라고 다짐만 열심히 했다.
어느새 해는 뉘였 뉘였 져서 새까만 밤이 오고 그렇게 팬션 에서의 편안한 밤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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